‘진보의 아이콘’ 트뤼도, 눈물의 퇴임..평가 엇갈려

2025-03-12 15:57
2025년 3월 9일(현지시각), 캐나다의 23대 총리인 쥐스탱 트뤼도는 9년 4개월간의 총리직을 마감하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의 후임으로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었고, 트뤼도는 고별 연설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났다. 이번 사임은 최근 불거진 경제적 위기와 미국과의 관세 전쟁 등 정치적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결정으로, 그는 고별 연설에서 "전 세계가 캐나다인들을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 캐나다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총리로 취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43세의 그는 '캐나다의 오바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정치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유능한 리더십과 소통 능력 덕분에, 취임 초기에는 6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한, 그는 진보적인 가치와 정책을 내세워 다문화 사회, 경제 불평등 해소, 이민자 수용, 탄소세 부과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총리 취임식에서는 일반 시민을 초청하고, 내각 구성에서 성별 균형과 지역 안배를 고려하는 등 사회적 포용을 강조하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정치 경로는 순탄하지 않았다. 2017년 이후, 트뤼도의 정치적 입지는 점차 약화되었으며, 몇 차례의 스캔들이 그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뇌물 제공 혐의와 관련된 법무부 장관 압박 의혹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20대 시절 흑인 분장을 하고 파티에 참여한 사진이 공개되며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자유당은 2019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신민주당(NDP)과 연합 정부를 구성해야 했다.

 

경제 문제도 트뤼도의 리더십에 큰 부담을 안겼다. 캐나다 내 생활비 상승과 주택 가격 문제는 많은 국민들의 불만을 샀고, 트뤼도의 정부는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나노스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생활비 상승 문제는 많은 캐나다인들의 우려를 키우고, 트뤼도 정부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트뤼도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의 임기 동안 경제 성장률은 매우 낮았다.

 

 

 

그의 정책은 진보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실제로는 많은 분야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마리화나 합법화와 육아 정책 개선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원주민과의 화해, 기후변화 대응, 선거 개혁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세 도입과 석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재개 등의 정책은 좌우 양측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보수파는 트뤼도의 진보적 정책을 과도하다고 비난했으며, 일부는 그가 추진한 정치적 올바름이 사회에 피로감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트뤼도의 사임 발표 후, 그의 유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사히르 칸 오타와대학교 교수는 "트뤼도 정부는 부의 재분배와 사회 정책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는 그의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된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캐서린 아브루 국제 기후정치 허브 이사는 트뤼도가 "캐나다 총리 중 기후 대응에 가장 많은 초점을 맞춘 인물"이라며 그의 기후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후임인 마크 카니는 자유당의 방향성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카니는 기존 민주당 정책의 일부를 수정할 계획을 밝혔으며, 소비자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의 기존 정책을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와 자유당은 이제 '트뤼도 브랜드'와 거리를 두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트뤼도의 재임기간 동안 캐나다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그의 리더십은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논란 속에서 종결을 맞았다. 

 

결국 트뤼도 총리는 그의 진보적인 비전을 추진했지만, 경제와 정치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정치적 피로감을 안고 물러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