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테슬라, 탄소배출권 계약도 '위태'…유럽 시장 '사면초가'

2025-03-14 13:53
 유럽에서 거세지는 '테슬라 보이콧' 현상이 탄소배출권 시장까지 뒤흔들며, 테슬라와 주요 완성차 업체 간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완화 움직임과 테슬라 판매량 급감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치면서, 기존에 맺었던 탄소배출권 거래 계약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그동안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EU의 엄격한 탄소배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풀링(Pooling)' 계약을 체결해왔다. 이는 전기차 생산 비중이 낮은 자동차 제조사가 100%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와 '한 팀'을 이뤄 EU의 탄소배출 규제 목표치를 달성하고, 테슬라에 배출권 구매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 테슬라와 풀링 계약을 맺은 업체는 토요타, 스텔란티스, 포드, 마쓰다, 스바루 등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테슬라가 풀링 계약을 통해 얻을 탄소배출권 수익을 10억 유로(약 1조 5,800억원)로 추산했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 내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반감 등으로 '테슬라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올해 2월까지 독일과 프랑스에서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44% 폭락했다. 이는 테슬라가 풀링 계약 파트너사들을 지원할 만큼 충분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잠재적 위험'을 시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EU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 규제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매년 탄소배출 기준치 초과 여부를 검사했지만, 앞으로는 3년간의 평균 배출량을 기준으로 규제 준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단기적인 탄소배출량 초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어,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트 해리슨 토요타 유럽법인 CO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슬라와의 풀링 계약 해지는 양측 모두에게 법적 책임 리스크를 안긴다"고 언급하며, 계약 이행의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테슬라에게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은 매우 중요하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탄소배출권 판매로 27억 6,000만 달러(약 4조 100억원)를 벌어들였으며, 이는 지난해 전체 순이익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테슬라 불매운동 장기화는 차량 판매 부진과 탄소배출권 수익 감소라는 '이중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의 암울한 전망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 10일 테슬라 주가는 15.4% 폭락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테슬라 시승' 이벤트 이후 반등했지만, 여전히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